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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일상백과/글쓰기

by 런던로동자 2020. 10. 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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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ree To Use Sounds on Unsplash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Q.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A. 저희 집은 칭찬이 많이 인색한 집입니다. 무언가를 잘했다고 칭찬받기보다는 야무지지 못한 점, 앞에 나서서 쟁취하지 못하는 소극적임 등을 많이 지적받으면서 자라온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의 제가 선택한 길,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글을 쓰는 일들은 타인의 칭찬 한 마디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인정에 목말랐던 것 같아요. 중학교 친구들, 선생님들이 지나가며 툭 던진 한마디가 가슴속 메마른 밭에 씨앗을 뿌려주게 된 거죠. 그 씨앗들을 살피고 가꾼 건 저의 몫이었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던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말 한마디들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는 여유는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결국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제 자신이니까요.

 

 그래서 중학생 때 반에서 글짓기를 잘하는 학생으로 뽑힌 후 수업 시간을 빼고 참가한 백일장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한 번, 두 번 또 칭찬을 듣고 글쓰기의 재미를 느끼면서 쓰기가 경험을 표현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미대 진학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처음 칭찬을 받은 그 때의 중학생이 일기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가 즐겁다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왜 글을 쓰세요?

 

 A. 주로 저를 위해서 씁니다. 대학교 여름방학 때 호주로 어학연수를 2달 정도 가면서 처음으로 거의 매일 글을 써봤습니다. 글이라기보다 일기에 가깝지만 블로그에 올렸기에 사진, 정보 그리고 감정을 적었었죠.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어쩌면 잊혔을 아이스크림의 맛, 도시의 소리 그리고 친구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까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기억들을 적었습니다. 나쁜 기억도 적었지만 좋은 기억이 상기를 위한 것이라면 전자는 적음으로써 잊기 위함이었지요. 좋은 기억들은 일부러 꺼내야 기억이 나는데 나쁜 기억들은 불쑥 마음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분합니다. 그래서 기분 좋은 글들을 더 많이 쓰고 다시 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리고 공유와 동시에 인정받기 위함입니다. 주로 제 글의 주제가 되는 여행은 저에게 휴식의 의미보다는 탐험의 재미가 있는 활동입니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신기한 맛을 느끼게 돼요. 공기의 맛조차 다른 그 도시들을 기록으로 남길 때면 나만 아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혼자서 투어 없이 오로라를 보는 방법, 뚜벅이로 오키나와 여행하기, 런던 로컬만 아는 산책길 등등 여러 가지 글을 썼습니다. 물론 저보다 여행 고수가 많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에서 이런 것도 발견할 수 있었어!’라며 제 경험을 공유하는 글을 주로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경험들을 읽고서 영향을 받아왔던 것처럼요. 내 글을 읽고 누군가 ‘나도 그렇게 느꼈어!’라든지 ‘여행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가보고 싶다.’ 같은 코멘트를 받는다면 쓰는 것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쾌감은 중독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0.09~10

<공대생의 심야 서재>로 유명하신 이석현 작가님의 수업 <에세이 쓰는 시간>을 들으면서 썼던 에세이 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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