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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백과] 30살의 워홀 도전기

유럽백과/런던워홀백과

by 런던로동자 2019. 7. 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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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돌아온 나는 서른이 되었다. 해외여행 한두 군데쯤이야 이제 별것 아닌 일이 되었지만,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버킷리스트였고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소원이었다. 살아보고 일해보고 외국 사람들과 지내보고 다른 환경에서 눈뜨고 일어나고 밥 먹고 같은 일상 다른 공간에서의 삶.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2017년 여름 28살의 나는 모든 걸 한국에 내버려둔 채로 영국으로 떠났고 서른이 되어 돌아왔다.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생기기보다는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데에서 더 많이 생긴다.

 

모든 일은 망설이기보다는 불완전한 채로라도 

시작하는 것이 한 걸음 앞서는 것이다. 

망설이기보다는 차라리 실패를 선택하라. 

 

- 버틀런드 러셀-

 


 

00 왜 20대 후반에 떠나게 되었나?

 

 진짜 떠난 것은 세 번째 워홀 신청이었다. 사실 대학교때 까지는 워홀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고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가 알게 되었다. '한 번 해볼까?'에서 시작하여 서류를 내어 덜컥 합격했지만 20대 초반 신입사원으로 조금 월급의 맛을 알게 되었던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포기했더랬다. '경력도 없는데 갔다와서 내가 다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일을 구하며 혼자 어떻게 살아가지?' 등등의 잡스러운 고민 끝에 훗날 경력을 쌓고 가자며 다짐했다. 

 

 두 번째 워홀 신청은 떨어졌다. 직장 2년 차에 하반기 모집으로 캐나다와 영국을 지원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이러면 너무 늦어지는데.. 그렇게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 후 긴 공백을 깨고 세 번째 워홀 신청에 합격하게 되었다. 하지만 걱정이 또 꿈틀꿈틀 올라왔다. 사실 워홀 갔다 온 지금에서야 본다면 20대 후반에 온 사람들 엄청 많고 나이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장애물이 될 수 없는 것인데 그때는 너무 걱정이 되었다. '갔다 오면 서른인데 이래도 되나?', '가서 내 전공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까?', '물가가 비싸다는데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잘 버틸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은 결핵검사를 하고 비자 신청하러 대사관 갈 때까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 비행기표도 예약하고 비자도 도착하니 이제야 내가 한국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내 심정 : '어떻게든 되겠지?'

 


01 왜 워홀이야? 그 많은 나라들 중에 왜 영국인가?

 


 

70% :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사실 가지못했던 것은 내 고민들 때문만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과 인식 때문이었다. 정해진 코스대로 사는 인생의 길에서 이탈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20대 후반 워홀', '퇴사 후 워홀', '워홀 현실도피'을 검색하면 댓글의 70프로 정도는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나중에 돌아와서 후회한다.', '인식이 안 좋다', '현실도피다'  등등 부정적인 댓글들이 파다하다.

 

20대 후반이 되면 결혼상대를 만나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또 진급을 목표로 하고 돈을 모으고 결혼을 앞둔 그런 삶. 그런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좀 남들보다 좀 늦더라도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면서 사는 삶을 사는 게 내가 지금 원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더라도 여기저기 부딪히며 걸어가고, 이미 결과가 있다는데도 굳이 해보고 깨우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내가 쓰는 단어는 '후회'와 '경험'이다. 후회 안 할자신이 있는지, 이것이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는지. 주로 묻고 결정하곤 한다.  중학생때 부터 써오던 버킷리스트에는 항상 외국에서 살아보기, 해외에서 일해보기가 빠지지 않았고 그 둘을 충족시키는 선택지에는 마감 임박인 워홀이 있었다. 길고 긴 고민 끝에 이제 더 고민했다가는 기회도 잃고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싶어 모든 조건을 빼고 오로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은가? Yes! 그냥 가보고 아니면 올 수도 있지. 정말 영국 생활이 잘 안된다면 반년만 최선을 다해보고 돌아오자! 초기 비용 생각하지 말고 다른 길을 또 찾아가자.'

 

 


 

 

20% : 영국영어, 문화 영국이라는 나라가 더 알고 싶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내가 동경하던 나라였다. 그 시작은 일본 만화 'NANA'에서였다. 보컬이 좋아하던 비비안 웨스트우드 옷과 펑크 패션은 중학생 때 나의 단골 낙서였다. 그 강렬한 체크무늬의 옷들과 장신구 록킹 호스 슈즈 등등 거기에 전염되었다. 
 그리고 외국드라마를 좋아해서 하나 둘 영드, 영국 영화를 섭렵하다 보니 너무 매력적이다! 나 영국 영어 배울래.. 학교에서 미국식과 영국식 둘 중 선택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망상을 했다. 더럴스, 셜록 홈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스킨스,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킹스맨, 오만과 편견 등등 몇 번씩 돌려보고 따라 해 보고 영국식 영어에 중독되어갔다. 영국 영어 진짜 너무 배우고 싶다. 쓰고 싶다. 말하고 싶다.

 또 그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에 나오는 런던 및 영국의 풍경들은 내가 느껴보지 못한 어떤 것이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수많은 공원들, 그리고 잔디밭에 누워서 해를 즐기는 사람들. 이미 나는 미디어를 통해 영국에 중독되었다.

 

 


 

10% : 독립의 시기.

 

  워홀을 가기 전 대학교때 자취 2년 말고는 계속 집에서 지냈었다. 이제 혼자 살아 보고 싶기도 하고 당시 미니멀리스트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 혼자 시작하는 건 괜찮지만 가족들과 같이하기엔 서로의 가치관도 다르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남을 설득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가 되고.. 그래서 워홀을 계기로 나에게 맞는 생활방식과 나만의 생활패턴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28에 영국 워홀을 떠나서 30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이 2년은 정말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았고 삶에 대한 가치관이 생기는 계기도 되었다. 나이, 성별, 인종 상관없이 좋은 친구,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고 추억이 생겼다.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고 유럽 여행도 원없이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왔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오지 않는다. 워홀을 가던 안가던 거기에서 오는 장점과 단점들은 같은 것 같다. 단지 내가 어떤 장점과 단점에 더 가치를 두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더 열심히 즐기지 못한게 아쉬웠지만 후회없는 2년 이었고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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