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런던에서 제일 그리운 것을 묻는다면 첫 번째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공원이다. 한국에서는 딱히 집 주변에 갈 공원도 없었고 미세먼지에 황사 등 신경쓰이는 일이 많았다. 런던에 살면서 공원 매니아가 되었다. 영국에 와서 제일 놀랐던 것은 런던 시내에 공원이 많고 크다는 것 이었다. 우리나라 놀이터나 어린이 대공원, 동네 공원의 느낌과 많이 다르다. (내기준) 시내 중심에 있는 하이드파크가 어린이대공원보다 2.67배 크고 그 옆에 1/3크기의 그린파크와 그보다 더 작은 세인트제임스 파크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그 외에도 동서남북 큰 공원들은 물론이고 작은 공원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런던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해가 뜨고 화창한 날에는 센트럴에 위치한 공원에는 잔디밭에 발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차있다. 다들 뭘하나 구경하자면 태닝하는 사람, 책을 보기도 하고, 음악감상, 반려견과의 산책,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 직장인들도 있고, 친구들과 수다떠는 무리들, 연인과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 등등 공원은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차 그 푸른 잔디밭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다. 런던의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최악이긴해도 해만 뜨면 여름 날씨는 정말 최고다. 해는 저녁 9시가 되어서야 겨우 지고 한국처럼 습하지 않고 바람이 선선해서 땡볕에 있어도 선글라스만 낀다면 따뜻한 햇볕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악명높은 런던 날씨에 걸맞게 오전에 해가 쨍쨍해서 준비하고 피크닉을 나가려고 치면 꾸물꾸물 먹구름이 몰려와 정오가 지나 비가 오고 흐려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래도 비가 갠뒤 나타나는 그림같이 드라마틱한 구름들과 무지개를 보면 가끔 변덕스러운 날씨도 참아줄 만 하다.
지금처럼 밖에 서있기만 해도 10초만에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한국에 있는 나에게 런던의 공원이 너무나도 그리울 뿐이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런던은 영국에서 5번째로 녹지가 많은 도시로 23%를 차지한다. 에든버러는 49.2%로 1위라고 한다. (에든버러는 여행 후 나의 영국 최애도시가 되었다. 나중에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에든버러 짱!)
런던의 대표적인 공원으로는 8개의 왕립공원이 있으며 하이드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리젠트 파크, 그린파크 그리고 케싱턴가든이 시내에 있고 그리니치, 리치몬드 그리고 부쉬 파크가 센트럴과 조금 먼 곳에 위치해 있다. 하이드파크와 켄싱턴 가든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글을 쓰는 지금 알았버렸다. 켄싱턴가든이라는 이름이 있는줄.. 다 하이드파크 인줄 알았다.
하이드 파크 ( Hyde park)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피크닉도 많이 오지만 공용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가면 오리배를 탈 수도있고 까페도 있다. 오리, 백조, 거위 각종 새들이 엄청 모여있어 눈이 즐겁다. 하이드 파크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앵무새가 있다! 잘 찾아보면 연두색 앵무새가 모이는 나무가 있는데 운이 좋다면 견과류를 주면 날아드는 앵무새와 포토타임을 갖을 수도 있다. 호주에서 앵무새를 자주 봤었는데 영국에서도 볼 수있어 반가웠다. 겨울이 되면 윈터원더랜드라는 놀이동산이 뚝딱 생긴다. 꼭 가봐야할 곳 중에 하나인데, 놀이기구들도 재미있지만 오색 불빛들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사진찍기도 너무 예쁜 곳이다. 향이 톡쏘는 뮬드와인을 호호 불어가며 구경하는 재미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켄싱턴가든 쪽은 로열알버트홀 맞은 편에 있으며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다.
그린파크 (Green park)를 따라 쭉 걷다보면 버킹엄 궁전이 나온다. 여왕이 궁안에 있으면 로얄스탠다드 깃발이 걸려있고 없으면 유니언잭이 걸려있다니 운이 좋으면 창 밖으로 여왕의 실루엣이라도 볼 수있으려나? 그리고 꼭 관람해야 할 근위병 교대식은 월수금일 주로 11시에 하는 것 같지만 일정이 가끔 바뀌는 것 같으니 사이트에서 꼭 확인하자. (https://changing-guard.com/dates-buckingham-palace.html) 그리고 궁전 옆으로는 세인트제임스 파크 (St.James Park)가 있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아기자기 하고 연못 위로 연결된 다리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쁘다. 런던아이를 중심으로 우거진 공원과 옛날 건물들은 사진을 안찍고는 못지나갈 정도로 런던스럽다.
나의 최애 공원은 내가 북쪽에 살았던 영향도 있다. 누군가 최고의 공원을 데려가 달라고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알렉산드라 파크 Alexandra Park이다. 짝짝짝짝짝x100. 그 이유 첫 번째는 뷰가 너무 좋다. 사실 뷰로 친다면 프림로즈 힐과 햄스테드 히스도 유명하다. 둘은 내 차애로 공동 2위의 공원들이다. 알렉산드라 파크를 올라가면 팔라스가 있다. 알렉산드라 팔라스의 뷰는 정말 예쁘다. 프림로즈힐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멀리서 런던 시내가 다 보인다. 2018년 12월 31일에 앨리팰리 (Ally pally라고 줄여부른다.)에 갔는데 12시가 되기 5분 전부터 런던 여기저기서 터지는 불꽃을 한눈에 내려다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아래 첫 번째 사진이 알렉산드라 팔라스다. 여기서 공연도 많이 하고 작은 박람회, 프리마켓 등등 행사들이 많이 열려서 한번 앤더슨팩 공연을 보러 들어간 적이 있었다. 저기서 오른쪽 코너를 돌아가면 펍이 하나 나오는데 Phoenix라고 기네스나 IPA 하프 파인트 시켜서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구경하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감자튀김도 저렴한 가격에 수북한 양을 쌓아주니 안주로 딱이다.) 알렉산드라 파크를 올라가서 구경하다가 펍에서 맥주한잔 마시고 잔디밭에 누워서 수다떨면서 해를 만끽하는 하루, 생각만해도 피로가 풀린다.
거리가 멀지만 자주가는 이유가 또있다. 바로 머스웰힐 Muswell Hill 이라는 동네 때문이다. 처음 알리팔리를 가기위해서 이 동네에서 내렸을 때 사랑에 빠졌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 역시 너무 멋있었다. 동네가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창밖에 런던의 적갈색 집들이 층층이 내려다보인다. 센트럴에 살면 느껴보지 못할 그런 아기자기한 동네의 느낌들이 매력적인 머스웰 힐. 조그만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고 채러티샵, 동네 정육점, 빵집, 식당, 까페 등등 없는게 없다. 까페를 잘 골라서 들어가면 아래 사진속의 뷰를 보면서 커피한잔도 가능하다.
식당 추천을 하자면 The Real Greek을 강력추천한다. 머스웰힐에 가면 꼭 들르는 그리스 음식점인데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점심메뉴라 조금 더 싸지만 저녁에는 일~목/4시~7시까지 요일한정 9.95파운드다. 런던사람들 후무스(병아리콩으로 만든 스프레드) 너무 좋아하지만 딱히 안끌렸는데 여기서 먹어보고 완전 반했다. 이런맛이 세상에... 따뜻한 후무스를 플랫브레드에 찍어먹으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3단 트레이에 나오는 예쁜 비주얼도 100점 만점! 몇번을 갔어도 직원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체인점이라 센트럴에도 있는데 센트럴은 자리 잡기가 힘들정도다.
https://goo.gl/maps/H2uh8eoCQCnxwtSS7
다음에 런던에 가게 된다면 꼭 머스웰힐에서 살아보고 싶다. 쓰다보니 이렇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나 싶다. 아직 알려주고 싶은 산책길이나 공원들이 아주 많은데 언제 다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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