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에서 정처없이 걸어다니고 낯선 길로 들어서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방인인 내가 그 도시 그 동네에 숨겨져있던 예쁜 길, 맛있는 음식점, 진짜 로컬만 갈 것 같은 식료품가게, 그 근처를 자주 배회하는 고양이 등 을 알게되면 괜히 뿌듯하고 누군가를 데려오고 싶어진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방문한 사람들 모두가 다른 시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 정보를 읽고 또 내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재밌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단 한명, 나의 생각에 공감해 줄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오늘은 저번 포스팅에서 끝내지 못했던 나의 최애 런던 공원과 더불어 추천하는 산책코스까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햄스테드 히스 (Hamstead Heath)는 뷰포인트로 프림로즈힐과 함께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사실 프림로즈힐 보다 더 북쪽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한 관광객들에겐 프림로즈힐보다 덜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꼭 가보라고 말하고 싶은 곳이고 프림로즈힐 보다 훨씬 넓은 만큼 더 많은 즐길거리들이 숨어있다.
내가 강력 추천했던 알렉산드라 파크보다는 가는게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공원 입구에서 뷰포인트까지 올라가는 길도 다른 공원들과 느낌이 다르다. 작은 공원만 가봤다면 '와~ 진짜 크다!'를 연이어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넓은 들판이 나오고 또 올라가면 그제서야 온 런던이 한눈에 보이는 뷰포인트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곳의 장점은 조용하다는 것. 프림로즈힐이 관광객들이 북적한 것과 달리 조용하고 여유롭다. 다른 사람들과 다닥다닥 앉아서 옆사람의 이야기, 내취향이 아닌 노래, 대마초냄새 등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뷰에 독특한 매력이 있다.
연못수영. 그렇다. 단어만 봐도 뭔가 영국스러움이 묻어난다.(개인적인 의견) 햄스테드히스에는 연못이 여러개 있는데 그 중 3군데는 수영이 가능한 연못이라 돈을 내고 들어가서 수영을하며 관리도 한다. 하나는 여성전용, 남성전용 그리고 남녀공용이 있다. 친구 말로는 젊은 사람들은 보통 공용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해가 너무 뜨거운 날, 나무들이 무성한 숲 사이 연못에서 수영하는 장면은 마치 영국 근대나 중세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수영장시설이 있는 Lido 도 하나 있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훗날을 기약하며 구경만하고 왔지만 수영도 가능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사이트에 가면 이용방법과 시간등이 나와있다. 수영장이나 연못수영을 즐기거나 그냥 연못 근처에 돗자리깔고 피크닉을 해도 좋은 곳이다.
런던에 있을 때 자주 워킹 밋업 (Meet up어플을 이용한 모임)을 나가곤 했는데 마침 집근처 출발 밋업이 있어서 주말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멋진 워킹코스를 알게 되었다. 사실 원래 코스는 핀즈버리 파크(Finsbury park)에서 출발해서 Parkland Walk을 통과해 Highgate Wood를 지나 알렉산드라 파크(Alexandra park)에 도착해서 맥주한잔하는 것이 최고의 코스다. 햄스테드히스를 가는 길에 버려진 기찻길이 산책길로 탄생한 Parkland walk을 통과해 유명한 하이게이트 공동묘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은 코스라고 생각되어서 추천하게 되었다.
01. 처음엔 핀즈버리 파크에서 시작한다.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기차역 입구 나와서 끝에 있는 프레타망제에 서있으면 맞은편에 샛길 같은 공원 입구가 보인다. 거기서 시작한다. (핀즈버리 공원을 단독으로 산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저녁에는 더더욱 들어가지 말고 낮에도 정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그냥 다른공원을 찾아보는게 좋다.) 계속 걷는다. 구글맵켜놓고 가도 되고 근데 길 하나밖에 없고 사람들도 좀 있을거라 그냥 즐기면서 따라가면 된다,
02. 파크랜드웍 (Parkland Walk)을 걷다보면 그래피티도 보이고 다리도 건너고 버려진 기차역도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책길이다. 거의 끝에 다다르기 전 구글맵으로 Highgate Cemetery를 찍고 가자. 30분정도 걷다보면 워터로우파크를 지나 공동묘지가 나온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공동묘지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다른 느낌 여러 장식물들도 섬세하고 너무 예쁘게 만들어져 있고 으스스한 느낌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날씨 좋을때는 평화로운 느낌이라 산책하기 좋다. 하이게이트 공동묘지는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데 유명한 철학자 경제학자 등의 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름 한번씩은 들어본 Henry Moore, Karl Heinrich Marx 등이 묻혀있는 곳이다. 더 많은데 그분들은 잘 모르겠다. 너무 방문객이 많아서 입장료를 4파운드씩 받고 있다. 선택은 자유!
03. 묘지나 공원을 둘러보고 바로 햄스테드히스로 출발하면 된다. 가벼운 워킹코스지만 물은 반드시 지참해야하고 언제나 안전 조심!
[런던백과] 나의 최애 공원 공개
00 나의 사랑 공원 나에게 런던에서 제일 그리운 것을 묻는다면 첫 번째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공원이다. 한국에서는 딱히 집 주변에 갈 공원도 없었고 미세먼지에 황사 등 신경쓰이는 일이 많았다. 런던에 살..
londonworker.tistory.com
다른 곳들은 혼자서 자주 갔던 곳이지만 프림로즈힐에 갈 때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갔다. 물론 와인과 안주도 빼놓을 수 없고 가끔은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나누어먹기도 했다. 낮에는 바람과 함께 풀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듣기 좋아 돗자리에 오랫동안 누워 소곤소곤 친구와 대화하곤 했다.
이 장소는 무언가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웃음소리, 미소, 대화에 묻어나는 들뜬 목소리들이 나를 동화시키고 시원한 화이트와인 한모금에 불어오는 바람이 모두 완벽하게 느껴진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공원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 감수성 지수가 폭발한다. 프림로즈힐은 현재를 최고로 만들어준다. '아, 행복하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 행복을 느끼지 못했겠지'라며 폭발하는 감수성을 입밖으로 계속 내뱉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시간이 된다면 낮에도 가고 해질녘에도 가봤으면 좋겠다. 필수품은 돗자리, 차가운 쇼비뇽블랑 와인, 과일이나 감자칩 혹은 아무거나 내가 좋아하는 안주거리, 외투, 물, 휴지 등이다.
런던여행의 마지막 날 어디갈지 고민이 된다면 프림로즈힐을 추천한다. 해질녘 프림로즈힐에 올라가 혼자 혹은 친구 아니면 오늘 만난 그/그녀와 함께 이번 여행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 좋은 장소이다. 와인이나 맥주 필수 지참! 사실 사진 몇 장이면 말이 필요없는 것 같다.
프림로즈힐에 올라가던 중 초크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명 포쉬 에어리아 (Posh Area)! 잘사는 동네였다. 일단 초크팜역에서 내려서 프림로즈힐 가는 길에 있는 동네다. 일단건물들의 때깔부터 다르다. 왜인지 햇볕부터 다르게 느껴지는건 기분탓일까? 초크팜 근처에 많은 연예인들이 살고있었고 사진도 많이 찍히는 동네라고 한다. 구글링에 따르면 Jamie and Jools Oliver, Gwyneth Paltrow and Chris Martin, Rachel Weisz, Daniel Craig, Sam Taylor Wood, David Walliams and Harry Styles., Ricky Gervais, David Beckham 등의 수많은 셀럽들이 다녀갔고, 살고있는 동네라고 한다. 가보면 왜인지 알 것 같다. 조그맣고 알록달록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에 오후가 되면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프림로즈힐에 가기 술이나 간식거리를 살 가게도 있고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도 몇 개 있으니 꼭 둘러보길 바란다.
이렇게 햄스테드 히스랑 프림로즈힐 만 소개하는데 한페이지가 나오다니.. 소개할 곳들이 너무 많다. 다음에는 주말 가볍게 러닝이나 걷기를 하며 런던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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